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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청소년 문학선 10)

bleu fonce 2008. 5. 28. 23:35
 
출판사
비룡소
출간일
 
나의 평가
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별로네요
이 책은..

비룡소/안인희 역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채 빌린 책.

그래서 읽기가 아주 힘들었던 책.

포기할까 하는 순간 궁금하게 만들고 그래서 마저 읽으니 왜 읽었나 싶은 책.

앞에서 인물이 죽는 책을 아주 싫어한다고 했는데, 그보다 더 싫은, 최고로 싫은 책이 권선징악이 작품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비극적 결말(솔직히 이 책은 '비극'이라는 말도 안 어울린다. '짜증나는 결말'이다)의 책이다.

'초콜릿 전쟁'. 제목이 참 달콤했다. 초콜릿의 달콤함 때문에 싸우는 재밌는 얘기들을 떠올렸다. 또는 초콜릿 나라들끼리 전쟁하는 이야기도 생각했다. 작가 얘기에 청소년 어쩌구 하기에 학생들이 초콜릿처럼 달콤한 전쟁을 하나...하는 정말 단순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 내 깊이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 시작은 정말 답답했다. 별다른 설명없이 여러 인물들이 계속 튀어나와 이런저런 감정과 사건과 대사들이 돌아다니는데 적응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게 미국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 영화(미국 사람들이 잘 만드는 폭력 영화)를 보듯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조금 적응이 되었다.

그 다음 문제는 인물이었다. 모---든, 정말 모------------------든 인물이 답답하고 짜증나고 우울하고 어둡고 늘어졌다. 밝고, 희망적이고, 정의롭고, 건강한 인물은 2/3를 읽도록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발견한 그나마 희망적이고 건강한 인물은 그렇지 못한 인물들에 둘러싸여 무너진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더이상의 얘기가 없어서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죽었을거라는 상상이 더 적절할 정도) 그냥 끝이 나 버린다. 답답하고 짜증나고 우울하고 어둡고 늘어진 인물들은 더욱 답답하고 짜증나고 우울하고 어둡고 늘어지게 되었다.

이 인물들을 모두 참아내고 읽는다면 적어도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을 상으로 줘야 하는 것이 아닌지...

제리 르노라는 십대 중반의 남학생이 고등학교에 새로 들어가고 나름대로 풋볼도 하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려 하지만,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하고 암울한 분위기 뿐인 '트리니티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다가 꺾이는 이야기. '전통'과 '정신'을 수없이 부르짖는 그 학교는, 도무지 뭘보고 전통이라 하는지 알 수 없을만큼, 지저분하다. 학생들중 몇으로 구성된 '야경대'라는 조직에 의해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까지 조종을 받고, 교감은 그 야경대를 이용한다. 야경대 내부에도 두뇌 아치, 주먹 카터, 비서 오비 등 인물간 갈등이 뚜렷이 존재하지만 그 어떤 갈등도 해결되지 않고 소설은 끝난다.

제목의 '초콜릿 전쟁'은, 이 학교의 전통이라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팔게 하는 일을 말한다. 비누나 뭐 기타 여러가지를 해마다 할당량을 주고 팔게 해서 그걸로 재정을 충당한다. 이 설정도 참 황당했는데, 작가의 아들이 다닌 학교에서 이런 걸 했다니...역시 미국이다. 제리가 들어간 해에 이 판매 물품이 '초콜릿'이 되었고, 교감의 욕심으로 할당량과 가격이 모두 두 배가 되어 학생들의 부담은 더해졌는데, 르노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그를 거부한다. 처음에는 야경대의 과제(아치가 머리를 짜내어 전교생 중 하나에게 황당한 과제를 시킨다. 르노의 친구 구버에게는 한 교실의 의자와 책상, 교탁 등 모든 것의 나사를 풀어서 건드리기만 하면 넘어지게 해 놓으라고 했다. 이 과제를 못해내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없었던 것 같다.)로 열흘간만 거부하는 것이었지만, 열흘 후에도 계속 거부하면서 교감과 야경대 모두에게 대항한다. 스스로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면서. 계속 거부할 때, 물론 르노를 응원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감염이 되어 판매량이 오르지 않을 때에는 '그렇지! 이제 뭐가 좀 되가나 보다'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결국 야경대의 손에 놀아나고, 교사들 역시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모든 것을 방치하여 르노는 무자비한 폭력 속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작가의 아들도 학교의 초콜릿 판매를 거부했다 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한 장이 더 있었는데, 작가도 별로였고, 편집자도 빼자고 하여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고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한다.

근데 난, 난 모르겠다. 작가의 아들은 알까? 미국의, 서양 문화 속의 아이들은 알까? 아니,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알까? 이 소설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지 말라는 걸까, 아님 하라는 걸까? 르노가 잘했다는 것일까, 야경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조직에 대항하지 말고 살라는 걸까? 작가는 자신의 아들이 초콜릿 판매를 거부했을 때 격려했을까, 비난했을까?

옛날 이야기들은 모두 결말이 있고, 적절한 권선징악을 제시하지만, 현대로 들어서면서 그냥 '보여주기'식 소설이 인기를 얻었고 평도 좋았다. 독자의 자유 어쩌고 해서...그런데...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소설들..너무 무책임한 것 아닐까? 결말을 낼 자신이 없으니 '보여주기'식이다--하면서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것은 아닐까?

힘들어도 열심히 읽었지만, 다른 누구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2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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